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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조리도구는 200도 이하에서 사용하면 환경호르몬 걱정 없이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새로 산 실리콘 뒤집개를 처음 쓴 날, 김치볶음밥에서 묘한 고무 냄새를 맡았습니다. 그 경험이 계기가 되어 실리콘 소재의 특성과 올바른 관리법을 제대로 파악하게 됐습니다.

실리콘 조리도구, 안전성 정말일까
실리콘(Silicone)은 지구 지각의 약 25%를 차지하는 원소인 규소(Si)를 기반으로 만들어집니다. 여기서 규소란 모래나 암석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비금속 원소로, 산소 두 개와 결합해 이산화규소(SiO₂) 구조를 형성하는 물질입니다. 제조 과정에서 이 규소를 추출해 산소와 재결합시키면 실리콘 고분자가 만들어집니다. 탄소 기반인 일반 플라스틱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입니다.
많은 분들이 실리콘에서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시는데,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공부해 보니 환경호르몬 용출 문제는 실리콘이 아닌 다른 소재에 해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환경호르몬이 문제가 되는 화학물질은 주로 딱딱한 플라스틱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첨가하는 프탈레이트(Phthalate) 계열 가소제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가소제란 플라스틱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넣는 첨가물로, 온도가 올라가면 녹아서 음식으로 이동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실리콘에는 이런 가소제 자체가 들어가지 않으니 용출될 것도 없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온도 문제도 오해가 많습니다. 프라이팬 바닥이 200도를 훌쩍 넘는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실제 조리 상황에서는 식재료 안의 수분이 100도에서 증발하면서 열을 계속 빼앗아 가기 때문에 팬 전체가 그 온도에 도달하지는 않습니다. 발연점, 즉 기름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 이상으로 조리하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음식이 타고 있는 것이라 정상적인 요리 상태가 아닙니다. 저도 그 사실을 알고 나서야 실리콘 뒤집개를 쓸 때마다 들었던 불안감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 실리콘은 규소(Si)와 산소 기반의 고분자 소재로 탄소 기반 플라스틱과 구조가 다름
- 환경호르몬 원인 물질인 프탈레이트 계열 가소제가 애초에 포함되지 않음
- 식재료 수분이 증발하며 온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일반 조리 중 200도 초과 상황은 드뭄
- 끓는 물(100도) 사용 시에는 온도 상한이 명확해 더욱 안전하게 사용 가능
새 제품 냄새, 왜 생기는 걸까
제가 처음 실리콘 뒤집개를 썼을 때 맡았던 그 냄새, 지금도 기억에 선명합니다. 김치도 아니고 기름도 아닌, 묘하게 고무 같은 냄새였습니다. 처음엔 프라이팬 때문이라 여겼지만 팬을 바꿔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뒤집개를 코에 가까이 대어보니 뜨거워질수록 냄새가 더 강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 냄새의 원인은 실리콘 소재 자체보다는 제조 과정에서 표면에 남은 미량의 잔류 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리콘 표면에는 점착성이 있어 세제가 잘 달라붙는 반면, 반대로 잘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쉽게 말해 주방세제로 한 번 쓱 씻는다고 깨끗이 제거되지 않는 구조입니다. 저는 그동안 새 조리도구는 주방세제로 한 번만 씻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실리콘에는 이 방식이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새 실리콘 도구를 구입하면 다음 절차를 지킵니다. 큰 냄비에 물을 받고 베이킹소다를 두 스푼 정도 풀어 20분간 담가둡니다. 그런 뒤 부드러운 수세미로 다시 세척하고,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하루 정도 두었다가 사용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니 처음 느꼈던 특유의 냄새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후각의 예민함이 다르니 효과에 차이는 있겠지만, 저에게는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골치였던 건 착색 문제였습니다. 카레를 만들고 나서 귀찮다는 이유로 실리콘 주걱을 하루 넘게 방치했더니 노랗게 물들어버렸습니다. 그 이후 흰 소스를 만들 때마다 가족들이 "크림파스타에 카레 넣었어?"라고 물어볼 정도로 카레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실리콘은 냄새가 전혀 안 밴다는 말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카레나 마라처럼 향이 강한 음식을 반복해서 조리하면 아무리 세척해도 흔적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점은 솔직히 조금 과장된 표현이라고 느꼈습니다.
오래 쓰려면 이렇게 관리해야 합니다
실리콘 조리도구는 관리가 필요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광고에서도 내열성, 코팅 보호, 위생성 같은 장점만 강조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그냥 쓰고 아무렇게나 보관합니다. 저도 그랬고, 그 결과가 냄새 밴 주걱과 노랗게 착색된 스패튜라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실리콘 조리도구를 주기적으로 끓는 물에 삶아 소독할 것을 권고합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끓는 물은 100도이고, 이 온도는 실리콘 고분자 구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방세제로 씻어도 표면 점착성 때문에 잘 제거되지 않던 유지 성분이나 잔류물을 효과적으로 분리시켜 줍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짧게 5~10분 삶은 뒤 완전히 건조해 서랍에 넣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예전보다 냄새가 훨씬 덜하고 사용감도 처음과 비슷하게 유지됩니다.
보관 방법도 꽤 중요합니다. 저는 한동안 금속 집게와 실리콘 도구를 같은 서랍에 섞어 보관했는데, 어느 날 보니 실리콘 끝부분이 미세하게 휘어 있었습니다. 서랍 안에서 계속 눌리고 접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작은 통에 세워서 보관하고 있고, 그 이후로는 형태가 훨씬 오래 유지됩니다. 사소한 차이 같지만, 실제로 써보니 꽤 달랐습니다.
용도 구분도 이제는 습관이 됐습니다. 볶음용, 베이킹용, 디저트용을 따로 두고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향이 강한 요리를 한 뒤에 제과 재료를 다루는 도구가 걱정되지 않아서 훨씬 편합니다. 비싼 제품을 사는 것보다 사용 직후 바로 씻고, 충분히 건조하고, 용도별로 나눠 쓰는 이 세 가지 습관이 실리콘 조리도구를 오래, 깨끗하게 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지금은 확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실리콘 조리도구, 고온 프라이팬에서 써도 괜찮나요?
A. 일반적으로 실리콘 조리도구의 권장 내열 온도는 200도입니다. 빈 프라이팬 표면은 이 온도를 넘길 수 있지만, 음식물이 올라간 상태에서는 수분이 증발하며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실제 조리 중에 실리콘 도구가 손상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단, 빈 팬에 장시간 올려두거나 직화에 가까이 대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실리콘 뒤집개에서 냄새가 나는데 건강에 문제없나요?
A. 제가 직접 겪었던 문제이기도 한데, 새 실리콘 제품에서 나는 냄새는 대부분 제조 과정의 잔류 물질에서 비롯됩니다. 실리콘 자체에는 환경호르몬 원인인 프탈레이트 계열 가소제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건강상 큰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이킹소다 물에 20분 담근 뒤 세척하면 냄새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Q. 실리콘 주걱에 카레가 물들었는데, 어떻게 지우나요?
A. 착색이 심하게 됐다면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습니다. 베이킹소다를 개어 표면에 바른 후 잠시 두었다가 씻거나, 끓는 물에 짧게 삶아보는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다. 제 경험상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입니다. 카레, 고추장, 토마토소스처럼 착색이 강한 음식은 조리가 끝나는 즉시 따뜻한 물로 바로 헹구는 습관을 들이면 착색 자체를 막을 수 있습니다.
Q. 실리콘 조리도구는 얼마나 자주 소독해야 하나요?
A. 저는 한 달에 한 번 끓는 물에 5~10분 삶는 것을 루틴으로 삼고 있습니다. 100도의 끓는 물은 실리콘 고분자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주방세제로 잘 제거되지 않는 유지 성분과 잔류물을 효과적으로 분리시켜 줍니다. 기름기가 많은 요리를 자주 한다면 2주에 한 번으로 주기를 조금 앞당겨도 좋습니다.
결론
실리콘 조리도구는 과학적으로 안전한 소재입니다. 환경호르몬 걱정도, 200도 이하 조리에서의 위험도 근거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써보니 '안전하다'는 것과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냄새가 배고, 착색이 생기고, 형태가 틀어지는 문제는 안전성과 별개로 분명히 존재합니다. 처음 사용 전 베이킹소다 물에 담그기, 착색 음식 조리 후 즉시 세척, 한 달에 한 번 끓는 물에 소독, 세워서 보관하기.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실리콘 조리도구는 훨씬 오래,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별거 아닌 주방도구라 여겼던 실리콘이 지금은 제가 가장 신경 써서 관리하는 도구가 됐습니다. 그 작은 습관 하나가 생각보다 꽤 큰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참고: https://www.mediapia.co.kr/news/curationView.html?idxno=74564